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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부부의 날
관리자2020-01-17
17. 부부의 날     [2013. 5. 11]
 
  • 이 글은 [자녀교육]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지만 자녀들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부부에 관한 것으로, ‘부부의 날(5/21)’을 맞는 필자의 소회를 정리한 것임을 밝혀둡니다.

나는 절친이 없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아내가 온갖 역할을 다한다. 둘이서 저녁식사를 하다가 맞은편에 앉아있는 아내의 얼굴을 자세히 그것도 꼼꼼하게 바라보았다. 삼십 몇 년을 함께 살아온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어 미안한 생각도 들었지만 그보다는 고맙다는 마음이 앞선다. 이마에 맺혀있는 몇 가닥의 깊은 주름을 내가 그었다는 자책감을 애써 지우려고 천정으로 시선을 돌린다.

나는 아내보다 딱 1년만 더 살았으면 좋겠다. 혹시라도 내가 먼저 죽으면 슬피 울 아내의 눈물이 싫어서, 난 반드시 아내보다 조금 더 살아야 한다. 나는 이렇게 이기적이다.

아내는 나보다도 더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지만, 밝고 경우가 바르며 남에게 베풀기를 좋아한다. 그런 아내에게 별명을 지어주었다. ‘푼수’라고. 그런데 나는 그런 푼수가 좋다. 무언가 남는 것이 있으면 누구네 집에 좀 갖다 주라고 이젠 내가 먼저 말한다. 나도 푼수가 다 되었다. 부부는 이렇게 서로를 닮아가는 모양이다.

내가 할 줄 아는 것 중에 아내가 하지 못하는 것은 자전거 타기와 수영이다. 나머지는 내가 먼저 배운 후 아내도 배우게 했다. 미국에선 운전과 골프를 가르친 남편은 이혼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얼핏 들은 것 같다. ㅎㅎ

나는 하늘나라에서도 아내를 찾을 것이다. 이 땅에서 해주지 못한 것들의 목록을 작성해서 그곳에서는 반드시 모두 다 해줄 것이다. 혹시라도 서로 알아보지 못할까봐 군대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암구호’를 만들었다. 아내가 우스개로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바람에 급하게 바꾸기도 했지만... 혹시 치매라도 걸려 우리의 언약을 기억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괜히 조바심이 난다.

결혼30주년이 되던 날에 내가 작사하고 둘째가 작곡한 ‘부부’라는 노래를 아내에게 바쳤다. 곡이 너무 어려워서 나는 그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한다. 그래서 둘째에게 부탁했다. 우리 장례식 때에는 꼭 들려달라고... 답가는 내가 부를 것이다. 아내가 좋아하는 백합에 관한 것으로 ‘가시밭의 한 송이 흰 백합화 ~’로 시작하여 ‘어여뻐라 순결한 흰 백합화야 ~ 그윽한 네 향기 영원하리라’로 끝나는 가곡(김호 작사/김성태 작곡, 한 송이 흰 백합화)이다.
좋아하는 대중가요도 나이에 따라 바뀌더니, 이제는 김종환의 ‘지금은 사랑할 때’로 굳어졌다. 아마도 이게 마지막 나의 애창곡이 될 것 같다.

30개월 된 손녀와 화상통화를 하다가 장난삼아 몇 번 야단을 쳤더니, 그 후 할아버지라고 부르지 않고 ‘할머니 옆에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을 했다. “그래 지민아, 네 말이 맞다. 나는 할머니 옆에 있을 때에 제일 멋있게 보인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