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이 끝나고 개학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졸업시즌과 함께 자녀들이 새 학년으로 진급하게 되지요. 한 학년을 마칠 때가 되면 필자가 꼭 했던 일이 생각나서, 여러분과 함께 그것을 공유하기 위해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학창시절 때 실력은 있으시면서 어려운 수학을 정말 재미없게 가르치신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평소에 과묵하셔서 진도외의 것은 전혀 말씀하시지 않던 그 분께서 하루는 5차 방정식의 일반해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되었는데 어느 미친 사람이 일반해법을 찾았다고 주장했다면서 한참동안 열을 내시고는, 갑자기 선물 얘기로 바꾸면서 본인은 학년 중에 주는 선물은 사양하지만 학년이 다 끝났을 때 감사의 표시로 라이터 하나라도 주면 고맙게 받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논리적으로는 연결이 되지 않는 말씀이었지만 제 가슴속에 인상 깊게 박혔던 모양입니다.
학부모가 되고 난 뒤, 큰 애가 1학년을 마치는 봄 방학 때 담임이셨던 선생님 부부를 저녁식사에 초대하였습니다. 4년 기간을 채우고 먼 학교로 전근 가신다고 하면서 사양을 하셨지만, 한 해 동안 큰애를 잘 지도해주셔서 감사해서 그런다고 거듭 부탁을 드렸더니 성적표도 다 보내었으니 그러면 부담 없이 오시겠다고 해서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식사를 하시면서 큰애의 장단점에 대해 있는 그대로를 말씀해 주시면서 귀중한 충고의 말씀도 더해 주셨습니다. 조그만 선물을 드렸을 때 참으로 기뻐하시면서 교사로서의 보람을 느끼신다고 하셨을 때, 이런 일을 계속해야 되겠다는 생각과 함께 부모로서도 자녀교육을 위한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말씀드리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얼마나 가벼웠는지 모릅니다.
이후에 ‘참교육’을 주창하는 선생님 단체가 결성되었지만, 학년말 식사초대는 계속했습니다. 끝까지 사양하시는 선생님은 어쩔 수가 없었지만, 마음 한편으론 섭섭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 해 동안 수고해 주신데 대해 감사함을 표시하는데도 거리낌을 느껴야 할 정도로 세태가 타락(?)한 것인지 답답하였지요. 그러나 감사한 것은 자녀들이 그것을 좋게 보아 주었다는 것입니다. 고맙다고 느낀 것을 마음에만 두지 않고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을 아이들에게 가르쳤던 모양입니다.
작년에 석사과정을 마치고 다른 학교의 박사과정에 입학하게 된 큰애가 멘토 역할을 해주셨던 선생님께 그 지역 프로야구 티켓 두 장을 보여드리며 함께 응원가자고 초대했을 때, 그 분께서 어린 아이와 같이 기뻐하시며 본인의 어린 시절에서부터 현재까지의 삶에 대해 말씀해 주시면서 개인적인 친교를 나누는 유익한 시간을 가졌다고 했습니다. 둘째 또한 얼마나 선생님들을 진심으로 챙기는지 듣는 필자가 흐뭇했습니다. 정년퇴직을 앞둔 선생님께 술 한 병을 선물했는데, 그 분께서 즐겨하시는 운동을 마친 후에 뒤풀이로 그것을 내어놓고 얼마나 자랑을 하셨는지 나중에 다른 분을 통해 전해들은 둘째가 민망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감사함을 표현하도록 자녀들에게 가르치고 싶다면, 봄방학 때 담임선생님께 부모인 자신이 먼저 모범을 보여 보세요. 적은 비용으로 의외로 많은 것을 배우고 가르칠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