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연구소 조사 결과에 의하면 아버지의 70%, 어머니의 65%가 자녀 중 한명을 선호하며 그 대부분이 맏이였다고 밝혔습니다. 부모의 ‘이성자녀 편애’ 성향도 강하여 어머니는 장남을, 아버지는 막내딸을 가장 아낀다는 통념도 어느 논문을 통하여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출산율은 높았지만 소득수준이 낮았던 과거에는 이런 부모들의 자녀편애로 인해 더 나은 교육기회를 얻지 못한 이들의 한숨과 분노가 앙금으로 남아 가족 간의 갈등으로 비화되기도 하였지요. 그러나 요즘에는 아들이던 딸이던 하나만 낳아 잘 기르겠다는 생각이 보편화 되어서 외동인 가정들이 많아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었고, 급기야는 나라에서 여러 가지 부양책을 세우기에 이르렀습니다. 사교육비 등의 경제적인 이유로 한 자녀만 키우는 가정들을 보면 그렇게 어려운 형편도 아닌데 둘째 갖기를 기피하는 속내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큰 애를 키우면서 많이 혼이 나서 그렇지 않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둘째가 어떤 아이일지 궁금하지 않을까요? 사실 둘째는 낳기도 쉽고 키우기도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혹시 둘째가 큰 애보다 더 총명하고 예쁘면 가정으로도 손해이지만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번에는 둘째를 어떻게 키웠는지 필자의 경험담을 소개하여 관계되는 독자들이 참고하셨으면 합니다.
결혼 후 1년이 될 때쯤 삼일간의 진통 끝에 4.5kg의 큰 애를 순산한 아내에게 뭐라고 위로의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능청스럽게 “동무, 수고 했소”라고 한마디 했던 필자가, 이년 후 어느 새벽에 아내가 진통이 시작된다고 하기에 첫째 낳을 때 애먹었던 것을 기억하며 조금만 더 참으라고 잠결에 달래기를 몇 번 하다가 할 수 없이 병원에 갔는데, 도착 후 30분도 되지 않아 4.2kg의 둘째를 낳았습니다. 담당 간호사가 웃으면서 “아들이에요. 축하 드립니다”고 인사했을 때 아내처럼 예쁜 딸을 기대했던 필자는 솔직히 서운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필자도 둘째 아들로 태어나 차남의 서러움을 잘 알고 있었기에 ‘차별하지 말고 잘 키워야지’ 다짐하며 둘째를 만났습니다.
사내아이 둘은 무럭무럭 잘 자랐습니다. 큰 애가 둘째를 얼마나 예뻐하는지 항상 둘째를 데리고 다니면서 같이 놀아주어서 나이에 비해 덩치도 크고 조숙하였습니다. 한번은 옆집에 사는 큰 애 친구와 셋이서 놀다가 큰 애를 때리는 옆집 아이에게 “왜 우리 형을 때리느냐”고 맞으면서도 달려들어, 동네사람들로부터 “형제 없는 사람은 서러워서 살겠냐?”는 부러움도 받았습니다. 큰 애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부터 혼자가 된 둘째가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습니다. 큰 애는 자기 성격대로 차분하고 어른들 말씀도 잘 들어 소위 ‘범생이’로 학교생활을 잘 하였고 아내는 그런 큰 애의 뒷바라지에 집중하다보니 자연히 둘째에게 소홀하게 된 틈을 타 둘째가 여러 가지 사고를 치기 시작한 것이지요. 부모의 관심을 끌기위한 둘째의 외로운 투쟁이 눈에 밟혀 필자는 어쩔 수없이(?) 둘째 편이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