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이 새로운 분야에 대해 연구하려고 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그 분야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Terms)와 기초 원리(Principles) 그리고 법칙(Rules)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원리는 매우 간단하지만 그것을 응용하는 기술에 따라 전혀 새롭게 보이는 제품들이 만들어 지기 때문에 기초를 튼튼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부 방법에서도 마찬가지로 새로운 용어와 원리들이 나오면 그것들에 관한 자료들을 조사해서 자기 것이 될 때까지 익혀야 합니다. 여기서 ‘자기 것’이란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하여 그들을 이해시키는 수준까지를 말합니다. 그 다음 단계는 핵심사항들을 암기하여 잊어버리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3.14159...’로 시작되는 수학기호 ‘파이’의 소수점이하 숫자들을 수천자리까지 외우는 분들이 있다고 하는데, 암기하는 방법들을 연구하여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수헬리베붕탄질산플레나마알...’ 무엇일까요? 필자가 고교시절에 외웠던 원소기호들의 순서입니다. 화학점수가 특히 낮아 여름방학 때 큰 마음먹고 화학공부를 하다 보니 원소기호 1번부터 20번까지의 순서를 알고 있으면 화학문제를 푸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첫머리 글자들로만 쭉 이어 외웠는데, 아직까지도 그것들이 입에서 줄줄 나오네요. 기억력이란 참 묘한 것이어서 자신이 의지적으로 암기한 것들은 잘 잊혀 지지 않는 모양입니다. ‘이해와 암기’가 두 번째 공부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 주입식 위주로 교육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어렵지만 꼭 필요한 것이 ‘토론’입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사항들이 ‘읽기와 쓰기’에 해당된다면, ‘토론’은 ‘듣기와 말하기’에 해당되는 셈입니다. 혹시 ‘듣는 심리학’이란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까? 필자가 영업직에 있을 때의 경험을 소개하겠습니다. 고가의 장비를 사는 고객의 입장에서는 상대방을 신뢰할 수 있는지를 가장 먼저 확인해 보고 싶어 합니다. 처음 만나서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난 후 말수가 적은 필자로서는 할 말이 궁해 가만히 고객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으면 ‘침묵은 금이다’라는 격언을 실감할 상황들이 자주 발생했습니다. 아무리 영업직이라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 아무 얘기도 하지 않는 묘한 상황이 되면 ‘갑’의 입장에 있는 고객께서 어색한 분위기를 무마하기 위해 본인의 생각들을 먼저 말씀하시기 시작합니다. 물론 처음에는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 등에 관한 부정적인 사항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한수 배운다는 자세로 열심히 들으면서 공감한다는 사인을 보내면 그 때부터 고객 분은 어느 듯 선생님의 입장에서 자신의 생각을 남김없이 말씀해 주십니다. 다 듣고 나서 “오늘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찾아 뵈도 되겠습니까?”고 물으면 대부분의 경우에는 만족한 얼굴로 그러라고 하십니다. 물론 다음번 방문 때는 반박할 수 있는 자료들을 준비해서 슬며시 보여드립니다. 그 같은 과정을 반복하다가 계약이 성사될 경우에 영업직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지원조건’에서 고객도 생각하지 못한 사항들을 제안하여 고객을 감동 시킵니다. 고객인 본인이 말했던 것들을 정리해서 제안한 것들인데도 그 때쯤에는 본인도 잊은 것들이었습니다.
한가한 주말 저녁 때 자녀들이 좋아하는 음식들을 준비하여 먹으면서 지난 한 주간에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게 해보세요. 아버지는 사회자로서 토론을 진행하며 자녀들이 스스로 자유롭게 생각한 것들을 기탄없이 말하게 합니다. 이 때 주의할 것은 자녀들이 무슨 말을 어떻게 하던 중간에 막지 말고 끝까지 관심어린 표정으로 들어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자녀들 주변에서 일어나는 상황들을 알게 될 뿐만 아니라, 그들의 발표력을 키워주고, 자녀들이 성장했을 때도 그들의 고민을 스스럼없이 가족 간의 대화 소재로 올리게 되어 사춘기 시절의 방황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긍정적인 결과들이 있게 됩니다. 요즘 정치와 사회에서 소통의 문제로 큰 갈등들이 노출되고 있는데 가족 간에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책임이 아버지에게 있음을 잊지 마십시오. 대학입시에서 논술과 면접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으므로 어려서부터 가정에서 ‘듣고 말하기’ 훈련을 받는다면 자녀들의 발표력이 향상될 뿐만 아니라 대인관계에서 자신감을 갖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