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자격지심’ 탈출기를 계속하겠습니다. 큰 애가 세 살 때 처음으로 해외 출장을 가게 되었고 돌아오는 길에 몇 가지 선물을 고르면서 그 녀석이 손에서 놓지 않으려고 했던 장난감이 잊혀 지지 않아 출장비를 아껴 그것을 샀습니다. 마냥 즐거워하는 아이를 바라보며 힘차게 트렁크를 열었는데, 아뿔싸 원격조종 장난감 자동차가 부서져 있었습니다. 실망한 얼굴로 빤히 쳐다보는 아들을 달래려고 진땀을 흘리고 난 후 당시에는 귀했던 닌텐도의 ‘수퍼마리오’ 게임기를 선물하는데 6년이 더 걸렸습니다.
2년 터울로 태어난 둘째로 인해 우리 집에 회초리가 등장하게 되었지만, 필자가 아이들을 때린 시기는 둘째가 일곱 살 때부터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였습니다. ‘미운 일곱 살’, 아~ 그것은 정말 맞는 말이었습니다. 둘째 기르기에 대해서는 다음에 언급하겠지만, 부모로서의 인내력을 시험하는 시기였고 필자로 하여금 자녀체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습니다. 더구나 사내애 둘이 얼마나 아내를 힘들게 하는지 날마다 하소연하는 아내를 위해 생각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두 아들과 함께 원칙을 정했습니다. 1. 실수는 용납한다. 단,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주의력이 부족한 것으로 간주한다. 2. 맞는 대수는 나이만큼으로 한다. 단, 피하거나 소리를 내면 처음부터 다시 한다. 3. 맞을 때는 둘 다 맞는다. 따라서 서로 잘못하지 않도록 일러준다. 4. 동생이 먼저 맞고 형은 동생이 보지 않는 곳에서 맞는다. 등등...
아내는 아이들이 잘못하면 바로 때렸지만 필자는 잘못한 것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다가 어느 정도 한계에 달하면, 그 때 웃는 낯으로 조용히 아이들을 불러 그 동안 잘못한 것들을 이야기 하도록 해서 맞을 때가 되었는지 스스로들 답하게 했습니다. 아이들이 수긍하면 “아빠도 너희들 때리는 것이 정말 싫다. 때리고 나면 정말 기분이 좋지 않다. 그러니 제발 좀 맞지 않도록 해라”고 하며 정해진 원칙대로 체벌을 가했습니다. 그러다 둘째가 3학년 때 아내에게서 회사로 전화가 왔습니다. 큰 일 났다고... 내용인 즉 둘째가 남의 돈을 훔쳤다는 것이었습니다.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회초리로는 풀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깨닫고 파랗게 질려있는 아이를 불러 자초지종을 들은 후 옷을 벗겨 화장실로 데려가 한겨울에 냉수를 틀어 샤워를 하게 했습니다. 30분쯤 뒤에 옷을 입힌 후 가족들에게 선언했습니다. 집에 있던 아프리카 난민들을 위한 ‘사랑의 빵’ 저금통이 이제 둘째 것이니, 다른 사람은 손 댈 수 없다고...
철이 들기 전까지는 형 앞에서 의기양양하게 자랑하며 저금통에 있는 동전들을 꺼내 쓰던 둘째가 어느 날 뚜껑 없는 큰 유리항아리를 갖다 놓고 거기에 동전들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이십 몇 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 항아리는 동전을 잔뜩 머금고 집에 남아 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사랑’이란 회초리가 아이들을 가장 아프게 하고 철들게 하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