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신물경속(慎勿輕速) “신중하게 생각하고, 경솔하게 움직이지 말라” 또는 “경솔하게 두지 말고 신중을 기하라”고 해석되는 것으로, 착수하기 전에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것을 권하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옛날과 달리 시간의 제약을 크게 받는 현대바둑에서는 그 의미가 달리 해석되어야 할 것입니다. 즉 수읽기가 어렵거나 불확실하면 그곳을 함부로 건드리지 말고 먼저 상대의 의중을 확인하기 위해 응수타진을 해보는 것이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바둑을 초반(포석), 중반(전투), 종반(끝내기)으로 나누었을 때 어떤 부분이 제일 중요할까요? 기력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현재 우리나라 바둑랭킹 1위인 이세돌 9단의 바둑을 보면 중반전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포석단계의 실수는 만회할 기회가 많지만, 중반 전투단계에서 큰 손실을 입으면 끝내기도 해보지 못하고 돌을 거두는 경우들을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포석은 단순하게, 전투는 치열하게, 끝내기는 정확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며, 시간의 대부분을 중반전에 할당하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8. 동수상응(動須相應) “돌의 기능이 서로 호응할 수 있도록 착수하라” 또는 “상대의 움직임을 보고 그에 맞게 대응하라”고 해석되는 것으로, 착점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말입니다. 흑과 백이 교대로 한 번씩 두는 바둑에서는 돌의 효율성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장문도 되면서 축머리도 되는 일석이조의 곳들을 쉽게 찾을 수만 있다면 상당한 실력을 갖춘 것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경우로는 수비하면서 공격을 엿보는 수, 자신의 집을 확장하면서 상대 집을 삭감하는 수, 맞보기로 상대를 난처하게 하는 수 등이 있겠지요.
또한 포석단계에서는 작전의 일관성이 중요합니다. 실리냐 세력이냐를 반드시 선택하여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지 그렇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면 상대를 즐겁게 해주기 쉽습니다.
9. 피강자보(彼强自保) “상대가 강하면 먼저 자신을 돌아보라” 또는 “상대가 강하면 우선 내 약점을 지켜라”고 해석되는 것으로, 수비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말입니다. 있으면 그것을 뽐내고 자랑하고 싶은 것처럼, 강하면 약한 것을 핍박하고 공격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돌들이 약하면 상대가 반드시 공격하리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전략적인 차원에서 더 중요한 요처를 장악하기 위해 상대를 유인할 수 있는 계책으로 잘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드러난 의미 이상의 심오함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10. 세고취화(勢孤取和) “세력이 약하면 화평을 택하라” 또는 “형세가 외롭거든 싸우지 말고 화평을 도모하라”고 해석되는 것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어떻게 타협할 것인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상대방이 없는 거래를 할 수 없듯이 대가 없는 타협은 없습니다. 가능한 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싸움을 마무리 하는 당당한 굴복을 택하면서 인내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고수 일수록 처음에 요구하는 조건이 작습니다. 마치 팻감을 쓸 때처럼 그 조건이 점점 커지는 것을 조심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고수님(?)들은 여간해서는 곧바로 대마사냥에 나서지 않기 때문입니다. 공격을 하면서 조금씩 이득을 본 후에 확신이 서면 그 때서야 총공격에 나습니다. 따라서 견딜만한 조건이라면 빨리 타협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거기서 바둑이 끝나니까요. 도마뱀처럼 꼬리를 떼어주고 달아나야 후일이 있음을 잊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