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사소취대(捨小就大) “작은 것은 버리고 큰 곳을 차지하라” 또는 “눈에 보이는 작은 이익을 탐내지 말고 전체적인 안목에서 중요한 요소를 차지하라”고 해석되는 것으로, 착점 할 곳을 정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입니다. 어느 정도 바둑을 두시는 분들은 축, 장문, 환격, 촉촉수, 후절수 등 바둑에 필요한 기본적인 기술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실력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흔히들 실수해서 졌다고 하는데 실수마저도 실력의 범주에 속하기 때문에 그것은 변명에 불과하고 정확히 말하면 실력이 약해서 졌다고 인정하는 자세가 자신의 바둑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론적으로만 말하자면, 바둑이 끝났을 때 정확하게 ‘덤’(흑이 먼저 두는 대가로 백에게 주는 집의 수)만큼의 차이가 나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겠지만 형세를 판단하는 생각의 차이가 그 중 하나일 것입니다.
바둑판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투에 필요한 것들은 앞서 언급한 기술들을 동원해서 싸우는 전술이지만 승패를 결정짓는 것은 전략인 것입니다. 사소취대란 이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입니다. 눈앞에서 자신의 수족들이 잘려나가는 아픔을 겪지만 최후의 승리를 위해서는 그 같은 희생도 감수하면서 대국적인 차원에서 판 전체를 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6. 봉위수기(逢危須棄) “위험을 만나면 돌을 버려라” 또는 “위험해지면 건드리지 말고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려라”고 해석되는 것으로,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만났을 때 대처하는 한 가지 방법을 예시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손자병법에서 모든 수단과 방법이 통하지 않고 계속해서 위험에 처해 있으면 마지막 계책인 ‘삼십육계(주위상 走爲上)’에서 전략상 후퇴 즉 도망치라는 것과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습니다. 후일을 기약하며 도망가는 모습은 처량하게 보이겠지만, 닥쳐온 위험 속에 매몰되어 완전히 끝나는 것보다는 낫겠지요.
어느 바둑 고수께서 “버려라 그러면 이긴다”고 말했다는데, 아무 대가없이 버리라는 말은 아니고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고 차라리 새로운 기회를 잡으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인간사에서 버린다는 말처럼 어려운 것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아까워서 혹은 나중에 필요할까봐 미련 때문에 버리지 못하는 것들이 우리 주위에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수읽기가 되지 않은 상태나 결과가 명백한 불리한 싸움을 상대방의 실수와 같은 요행을 바라면서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또한 이론에 불과함을 현실에서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몇 개월 전 바둑TV에서 가장 유명한 두 기사가 맞붙은 대국이 방영된 적이 있습니다. 불리한 입장에 있는 사람이 싸움을 복잡하게 만들어서 상대의 실수를 유발시켜 결국 이기게 되었습니다. 해설하시는 분도 어려워했는데 상대가 패국을 선언하자마자 자신의 수읽기를 밝혔습니다. 본인도 수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 응수타진을 한 것입니다. 패배한 기사의 허탈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긴 쪽을 칭찬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들지 않았습니다. 바둑에서는 운칠기삼(運七技三)이 통하지 않는다고 어린이들에게 가르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