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입계의완(入界誼緩) “경계를 넘어 들어갈 때는 천천히 들어가라” 또는 “상대방의 세력권에 들어갈 때는 깊이 들어가지 말라”고 해석되는 것으로, 상대의 집을 지우는 방법에 관한 내용입니다. 과거의 전쟁에서는 병력 수가 가장 중요하였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 기만, 기습, 집중 등과 같은 책략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첨단장비의 지원을 받아 속전속결을 특징으로 하는 현대전에서는 그 의미가 많이 퇴색 되었습니다.
‘천천히’는 ‘빨리’로, ‘얕게’는 ‘깊이’로 바꿔 생각하면 어떨까요? 네이버실(미해군특수부대)과 같은 특공대를 투입하여 상대진영을 유린하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을 때 느끼는 짜릿함은, 낚시하는 분들이 느끼는 손맛과 비교해서도 손색이 없다는 것을 웬만큼 바둑을 두시는 분들은 잘 아실 것입니다.
3. 공피고아(攻彼顧我) “상대를 공격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돌아보라” 또는 “상대를 공격할 때는 자신의 능력과 약점을 먼저 살펴보라”고 해석되는 것으로, 공격의 시점에 관한 내용입니다. 스포츠 경기를 보면 해설하는 분들이 공격이 최상의 방어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듯이 바둑에서도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변증법의 논리를 적용하면, ‘공즉수, 수즉공 (攻則守, 守則攻)’으로 ‘공격하는 것은 수비하는 것이요, 수비하는 것은 공격하는 것이다‘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입니다.
사실 최상의 공격은 상대가 자신이 공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게 하는 것이요, 공격의 실제 목표는 상대 돌을 잡는 것이 아니라 내 돌을 튼튼하게 하면서 쉽게 자신의 영토를 확장하는데 있음을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는데도 상대가 지키지 않으면 자신을 모욕한 죄로 철저히 응징해야 할 것입니다.
4. 기자쟁선(棄子爭先) “몇 점을 포기하더라도 선수를 잡아라” 또는 “중요하지 않는 돌은 버리더라도 선수를 빼앗기지 말라”고 해석되는 것으로, 필자와 같은 아마추어들이 간과하기 쉬운 선수(先手)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입니다. 그러나 어중간한 선수 즉 자신은 선수라고 생각해서 두었는데 상대가 보기에 그렇지 않은 곳을 두었다가는 어긋난 계산으로 인해 바둑을 망치게 됩니다. 따라서 확실한 선수를 정확히 집어내는 것이 중요하며, 그런 곳으로는 사활이 걸려있는 급한 곳 등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바둑이 진행 될수록 선수의 크기는 점차 줄어들기 때문에 계가(計家, 집계산)가 중요하며 바로 계가하는 능력의 차이가 바둑실력의 차이라고 단언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에 필자가 대국할 때마다 의식적으로 이 구절을 중얼거리며 두었더니, 승률이 상당히 좋아짐을 깨달았습니다. 여러분들도 꼭 한번 실험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