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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위기십결(圍棋十訣)의 재정립 I
관리자2020-01-17
12. 위기십결(圍棋十訣)의 재정립 I     [2011. 9. 23]

수년간 어린이들에게 바둑을 가르치면서 입문과정을 마치고 중급 정도의 실력을 갖춘 이들에게 바둑을 잘 둘 수 있는 방법으로 ‘위기십결’을 소개해 왔습니다.

“어떻게 생각 하는가? 그것은 네 마음에 달려 있다”고 설파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로마황제, 명상록 저자)의 말처럼, 마음이 조금만 바뀌어도 그 차이는 엄청나다는 것을 우리는 세상사에서 경험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똑같은 사실이나 사물을 듣고 보지만 생각의 차이로 인해 각 개인이 느끼는 감정이 달라지듯이, 인생의 축소판과 같다고 하는 바둑에서도 이 ‘생각의 차이’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어느 회사의 광고 문구처럼 ‘생각대로’만 할 수 없는 것이 바둑입니다. 물론 바둑TV의 모토처럼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것이 바둑이지만, 상대방이 엄연히 존재하는 바둑에서는 자신만의 생각대로 두었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쉽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상대방의 생각을 읽어내는 능력(대인지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회사 경영에서부터 개인의 처세술에까지 곧 잘 인용되는 위기십결을 어린이들에게 설명해보니 너무 어렵고 중복된 것으로 인해 많기도 하며 시대에 맞지 않는 부분들도 있는 것 같아, 그 내용을 현대에 맞게 새롭게 정리해서 어린이들에게 가르치면 우리나라 바둑이 계속해서 세계를 주도하는데 보탬이 될 것으로 생각되어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과 함께 공동으로 이 작업을 추진했으면 합니다. 글의 순서는 위기십결의 내용들을 하나하나 살펴본 후에 새롭게 요약된 ‘위기십결_V2.0’을 제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기탄없는 고견들을 고대 합니다.

1. 부득탐승(不得貪勝)
“승리에 집착하면 이기지 못한다” 또는 “이기려고 욕심을 내서는 승리 할 수 없다”라고 해석되는 것으로 대국자의 마음가짐에 대한 좋은 내용입니다. 하지만 도인이나 신선이 아니면 이룰 수 없는 높은 경지의 상태라서 범상한 우리들로서는 뜬 구름과 같기 때문에 삭제되어야 할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래전 필자가 결혼할 때 한 지인이 바둑판을 선물하겠다고 해서 찾은 ‘한일기반’에서, 판매를 담당하시는 분이 바둑급수를 물으시고는 바둑판 뒷면에 써 주신 것이 ‘무욕즉낙승(無慾則樂勝)’ 이었다. 그때는 위기십결과 관련된 것 인줄도 모르고 ‘결혼해서 살면 분명히 부부싸움을 할 텐데, 아내에게 이기려고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이 이기는 길’이라는 나름대로의 해석과 함께 신혼부부에게 주는 참 좋은 덕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대학 1학년 교양과정부 시절, 유명한 철학교수님께서 강의 마지막 쯤 유물론을 설명하시면서 변증법에서 ‘정(正)’이 있으면 ‘반(反)’이 생기고 결국에는 ‘합(合)’으로 발전한다고 하시면서, “변증법의 마지막 명제는 결국 ‘있다(有)’와 ‘없다(無)’ 인데, 그것의 합은 무엇인가?”고 물으셨다. 답을 맞히는 학생에게는 선생님과 함께 차 한 잔을 마실 수 영광을 주겠다고 하시면서 득의양양한 미소를 뿜으셨다. 이과계통의 공부에서는 내 노라 하는 우리들이었지만, 선생님의 그 웃음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만 본 기억이 났습니다.

정답은 궁즉통(窮則通)이라 궁하면 통한다는 의미로 ‘유무상통(有無相通)’ 즉 “있는 것이 없는 것이고, 없는 것이 곧 있는 것이다”였습니다. 그래서 부부싸움을 할 때 이 논리를 원용해서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 라고 생각했는데...

오래전에 바둑월간지를 통해 소개된 조치훈 사범의 얘기는 필자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어린 나이(당시 만6세)에 기재를 인정받아 일본 기타니9단 문하에서 바둑수업을 받던 그가 일본기원 최연소 입단기록을 세웠고 그 후 최연소 6단으로 승단 했을 때, 얼마나 기쁘시냐며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저는 6단이 되기 위해 일본에 오지 않았습니다”라고 담담하게 대답하여 주위를 놀라게 한 그가 이후에 이룩한 업적(72회 우승, 프로통산 1364승)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 당분간 그 기록은 깰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그가 대국에 임할 때 ‘목숨을 걸고 둔다’고 하니 보통 사람은 그 기백에 눌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부부를 비롯한 여타 인간관계에서는 정말 좋은 말인데, 승패가 명백히 가려지는 바둑에서는 수용하기가 쉽지 않은 구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