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역시 상대방의 성품과 매너를 잘 파악 할 수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딸을 가진 아버지가 바둑을 둘 줄 알면, 사윗감을 고르는데 아주 좋은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실력을 떠나 반면을 운영하는 것을 살펴보면 자기 자신도 모르게 성격이나 가치관이 드러나기 때문에 정신수양을 바라는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 취미인 것입니다.
3) 인생과의 비교 모든 스포츠가 그러하듯이 바둑과 골프 역시 인생과 곧잘 비교 됩니다. 바둑에서 한 수씩 두어나가는 것은 우리가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과 유사하지요. 과거가 쌓여 현재가 되고 또 오늘을 어떻게 보내는가에 따라 미래의 모습이 달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인 셈입니다. 초·중·종반전으로 나누어지는 바둑에서는 중반전의 전투단계가 가장 중요하지만, 골프에서는 후반 4홀이 가장 중요합니다. 골프는 크게 아웃코스(Out Course)와 인코스(In Course)로 나누어지는데 아웃코스란 클럽하우스로부터 바깥쪽으로 나간다는 의미이고, 인코스란 바깥에서 클럽하우스 쪽으로 들어오는 것을 뜻합니다. 인생으로 보면 태어나서 유아기를 거쳐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등을 통해 자신을 연마하면서 꿈(정점)을 향해 뻗어나가는 것이 아웃코스요, 꿈을 이루었던 그렇지 못했던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이 인코스인 것입니다. 따라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좋은 학교를 나왔다거나 좋은 직장에 들어간 것은 그 홀에서 버디(Birdie, 기준 타수보다 한 타를 줄인 것)를 잡은 것이요, 그렇지 못하였다면 보기(Bogey, 기준 타수보다 한 타를 더 친 것)를 한 것에 지나지 않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인생에서는 18홀이란 기회가 누구나에게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인 골프대회를 보면 마지막 네 홀(15번 홀에서부터 18번 홀까지)의 성적에 따라 승패가 갈라지며 우승자와 2위와는 1타 차이가 보통입니다. 마치 바둑에서 한 수 차이로 승패가 결정되는 것과 유사한 셈입니다. 바둑과 골프가 재미있는 것은 둘 다 ‘실수의 게임’이면서 ‘역전의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바꿔 말하면 실수하지 않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인데 문제는 인간인 이상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누가 더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를 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라지니 자연히 심리전이 되고 관전하는 이들로 하여금 손에 땀을 지게 만듭니다.
골프에서 ‘장갑을 벗어봐야 안다’는 말이 있습니다. 몇 차례의 위기를 맞아 잘 대처하기도 했고 그렇지 못했을 때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경기 자체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은 그 다음 홀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생에서도 그렇지 않을까요? 당장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절망적인 순간에 서 있을지라도 혹시 압니까? 역전의 기회가 바로 다음에 기다리고 있을지. 어제 장례식에 다녀오면서 ‘관 뚜껑에 못이 박힐 때까지 그저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 사람의 도리’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애매한 거리를 남겨두고 홀 아웃을 위해 마지막 퍼팅을 준비하려는데, 동반자중 어느 하나가 ‘오케이’라고 콜을 해주면 얼마나 기쁜지 알 수 없습니다. 더구나 그 홀에서 죽을 쑨 분이 콜을 하면 그를 다시 한 번 보게 되고 존경심마저 솟아나게 됩니다. 자신은 실패했지만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세워주려고 하는 그 마음이 너무나도 고맙게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필자 역시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버디도 하고 때로는 더블 보기도 하면서 성공과 실패의 맛들을 경험했습니다. 후반 몇 홀 밖에 남겨 놓지 않았지만 장갑을 벗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물론 다른 이들에게도 인색하지 않게 ‘오케이’도 주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