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골프에는 수많은 규칙들이 있다고 했는데 그것들을 다 외울 수가 없기 때문에 ‘룰 북(Book of Rules)’을 지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번거롭다고 생각되면 다음과 같은 단계를 밟아 가면 무난하게 골프를 즐길 수가 있습니다. (1) 로칼 룰(Local Rules, 원활한 경기진행을 위해 각 골프장에서 정한 규칙)을 따릅니다. (2) 규칙해석에 이견이 있거나 애매한 경우에는 ‘있는 그대로’ 치거나 ‘자신에게 유리하지 않게 해석’해서 경기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특히 ‘동반자간의 합의’에 의해 규칙을 해석하는 것은 규칙위반에 해당되고 그것은 골프가 아니기 때문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2) 시간과 비용과 매너(Manner) 골퍼에게는 감사해야할 네 가지 사항이 있습니다. 첫째는 7km 이상을 걸을 수 있는 육체적인 건강이요, 둘째는 한번 라운딩에 20~30만원을 쓸 수 있는 경제적인 여력이며, 셋째는 라운딩에만 5시간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왕복시간을 감안하면 거의 하루를 투자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요, 마지막으로는 같이 즐길 수 있는 동반자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업을 하지 않는 월급생활자로서는 지속적으로 하기는 힘든 취미 활동 중의 하나인 셈이지요. 어쩌다 큰마음 먹고 라운딩을 하게 되었을 때는 소풍가기 전날의 어린애와 같은 설레 임으로 그 날을 준비하게 되는데 가장 어려운 것 중의 하나가 동반자들의 골프에 대한 매너입니다. 한 시간 정도 집중할 수 있고 바둑돌을 집을 수 있는 기력과 몇 천원의 기료를 감당할 수 있으면 언제라도 즐길 수 있는 바둑과는 달리, 기상 여건도 좋아야 하고 페어웨이나 그린 상태도 좋아야 하는 등 여러 가지 제약사항들이 완벽히 갖추어지더라도 동반자 중 한사람이라도 ‘매너 꽝’인 사람이 있으면 그 날의 라운딩을 망치게 되는 것이 골프입니다. 바둑에서는 상대방 대국자와 수담(手談)을 통해 기량을 겨루지만, 골프에서는 자연을 상대로 자신의 기량을 테스트하게 됩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에 순응 할 것인지 아니면 모험심을 발휘하여 자연을 정복 할 것인지 결정해 가는데 동반자들은 아무 상관도 없습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동반자들로부터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이 골프이며 따라서 자신의 베스트 스코어(Best Score)를 기록하게 되면 그 날의 동반자 모두에게 감사해야 합니다. 몸의 긴장을 풀고 평상심을 유지하기위해 실제 동작을 하기 전에 평소 하는 버릇대로 두세 번의 연습동작을 취하는데 골프에서는 이를 ‘루틴(Routine)’이라고 합니다. 매 홀마다 첫 번째 샷을 하는 티 그라운드에 올라간 플레이어가 간단한 루틴을 마치고 실제 티샷을 할 때까지 모든 동반자들이 그를 주시하게 되는데, 두세 번이면 족한 연습 스윙을 열 몇 번 하는 것을 보게 되면 모두가 짜증이 나게 됩니다. 골프에서는 시간을 지체하지 않기 위해 묵시적으로 항상 앞 조를 따라갈 수 있도록 진행을 해야 되는데 그 사람 때문에 모두가 허둥지둥 시간에 쫓기게 되니 참 야속한 마음이 들게 되지요. 게다가 그 사람의 스윙 이미지가 자꾸 생각나서 자신의 스윙감각도 잊어버리게 되면 정말 큰 일이 납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그런 행위에 대해 모르쇠로 행동하니 마음에 앙금이 생기고 그것으로 인해 그 날을 망치게 됩니다. 필자의 경험으론 지위가 높거나 저명인사인 경우에 특히 심하고 규칙위반도 예사로 하는 것을 보게 되는데 그것은 주위에서 조언해주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그러리라 생각됩니다. 바둑에는 요런 것은 없으나 조금 장고한다고 징징거리는 분을 가끔 보게 되는데 정해진 시간 내에 두지 않으면 ‘시간패’를 당하니 너무 그럴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