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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바둑과 게임 II
관리자2020-01-17
4. 바둑과 게임 II     [2012. 2. 18]

셋째, 바둑은 중독성이 약합니다. 컴퓨터 게임을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하나는 컴퓨터를 매개체로 하여 사람과 사람이 하는 게임이고 다른 하나는 컴퓨터와 사람이 하는 게임입니다. 사람끼리 하는 게임인 경우에는 ‘레벨(게임능력)’의 차이 때문에 호적수를 만나는 것이 싶지 않고 또 그런 경우라 하더라도 몇 번을 하게 되면 싫증을 느끼게 되어 그만 두거나 상대방의 사정으로 게임을 계속하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바둑은 한 판에 30분에서 한 시간 가량이 소요되면서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기 때문에 장시간 계속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문제는 컴퓨터와 하는 게임인데 바둑을 제외한 모든 게임에서 인간이 컴퓨터를 이길 수가 없습니다. 체스만 하더라도 벌써 15년 전에 체스 세계챔피언이 컴퓨터에 패했고, 인간이 만든 놀이의 규칙들을 알고리즘을 통해 프로그램화 하면 결코 컴퓨터를 이길 수가 없는 것입니다. 반면에 바둑의 규칙은 몇 가지 밖에 되지 않지만 19줄x19줄에 둘 수 있는 경우의 수(약 361! = 361*360*359*~*3*2*1)가 무량대수이기 때문에 현재의 컴퓨터 용량으로는 그것을 모두 수용할 수가 없습니다. 1950년대에 처음 개발된 컴퓨터가 8bit를 사용하였는데 현재는 32~64bit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컴퓨터 용량을 간단하게 길이로 표현하여 비교하면 32bit가 명함크기(9cm)라면 64bit는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약38만km)에 이르며 대략 4조배의 차이가 납니다. bit세대 간의 개발기간은 약 15년이 소요되었는데 바둑의 ‘경우의 수’를 모두 수용하려면 수천 bit를 사용하는 컴퓨터가 필요하기 때문에 모 대학교수께서 컴퓨터가 바둑에서 인간을 이기려면 10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였고 이런 점에서 인류 최고의 발명품은 ‘바둑과 컴퓨터’란 말이 나왔습니다.

현재 시중에서 널리 사용되는 바둑 프로그램의 실력은 중급 수준인 6급 정도이고 북한에서 개발한 ‘은별2010’이 아마 초단~2단 수준으로 현재로서는 최고의 성능을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바둑실력이 어느 정도가 되면 컴퓨터와의 대국이 재미가 없어집니다.

미래학자들은 컴퓨터(로봇)가 인간을 지배하는 시점을 특이점(特異點, Singular Point)이라 부르는데 그 시기를 2030년대에서 2050년대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아마 그 때가 되면 바둑에서 컴퓨터가 인간을 이기는 순간이자 인류의 멸망(?)이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승패에 대한 욕망입니다. 어떤 게임이던 이기고자 하는 승부욕이 발동하여 게임을 시작하게 되는데 바둑은 ‘한 수 배운다’는 자세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승패는 그 다음 문제인 것입니다. 한 판의 바둑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며 무언가 배운 것이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고 그 과정을 음미하며 즐기기 때문에 정신건강에도 이롭습니다. 따라서 그 유명한 ‘위기십결’의 첫 구절이 ‘부득탐승(不得貪勝)’ 즉 ‘무욕즉낙승(無慾則樂勝)’으로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하지만 최근에 바둑TV를 통해 중계되는 ‘한국바둑리그’의 모토인 ‘이것이 승부다!’라는 것은 바둑을 오락수준으로 떨어뜨리는 것 같아 심히 우려가 됩니다. 프로기사들이 승부에 집착하여 배구경기에서나 볼 수 있는 ‘시간차’ 공격을 가하는가 하면이름 있는 노장들이 바들바들 손을 떨면서 착수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흥미보다는 측은한 마음이 앞서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