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게임에 중독되면 여러 가지 폐해를 낳게 되는 것이 최근 언론에 보도되면서 사회적인 문제가 되었고 그 대책 마련에 부산한 실정입니다. 특히 어려서부터 게임에 중독되면 뇌의 성장과 발달에 좋지 않는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져 자녀들이 컴퓨터 앞에 앉는 것조차 금지하는 가정들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명의 이기(利器)인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하면 장래성이 좋은 직업(Job)을 갖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녀들을 키우는 부모들은 진퇴양난에 빠진 형국이지요.
사실 필자가 바둑사업을 시작한 연유도 컴퓨터 게임의 폐해를 예상하였고 직접적인 계기는 2005년도에 경기도 연천군에 있던 전방부대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이었습니다. 당시에 바둑을 두기 위해 PC방에 가끔 가보면 군인들이 나오는 전투 게임을 청소년들이 재미있게 하는 것을 꼭 목격하게 되었고 참 위험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같은 상황이 실제로 발생했던 것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그것을 해소할 적절한 탈출구가 필요합니다. 특히 주변으로부터 무시당하는 연약한 사람일수록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는 ‘판타지(Fantasy)’의 유혹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괴롭히는 친구들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그 친구들에 대해 가상세계에서나마 처절하게 복수하는 게임에 몰입하기도 하는데 그것이 지나치면 실제 상황으로 연결되는 비극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무작정 게임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닙니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뇌의 균형적인 성장과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좋은 게임’들도 많이 있는데 그 중에 제일 나은 것이 바둑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예로부터 바둑을 ‘기도(碁道)’나 ‘기예(碁藝)’라고 표현하였습니다. ‘도(道)’의 경지에 이럴 수 있을 만큼 정신수양에 좋다는 의미와 함께 자신의 인생관과 가치관을 표현하는 예술적인 측면에서도 손색이 없다는 것입니다.
바둑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좋은 점들은 다음에 소개하기로 하고 다른 게임과 비교하여 우려되는 부분들을 먼저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판타지’에 빠지는 것은 동일하지만 바둑은 ‘최고 군 통수권자’로서 전쟁의 승패에 대한 책임감이 부여됩니다. 이기면 기쁘고 지면 조금 아쉬운 것을 빼고는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결과를 싶게 받아드리게 되고 ‘복기(Review)’라는 과정을 통하여 ‘정수(正手)’를 찾아 헤매면서 자기반성을 하게 됩니다.
둘째, 바둑에도 공격성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생명의 존엄성을 해칠 우려가 있습니다. 특히 ‘사활(死活)’이라는 용어를 자주 쓰게 되는데 시대가 바뀜에 따라 이 단어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사실 바둑에서 ‘죽은 돌’이라는 말은 적당하지 않습니다. 팻감이나 상대의 실수를 통하여 얼마든지 살릴 수가 있기 때문에 ‘잡힌 돌’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온당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