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바둑교육자료
1. 바둑과 교육 I [2011. 12. 22]
방문바둑 교사로 활동 중인 필자가 학부모님들과 상담 할 때에 자녀들에게 바둑을 가르치려고 하는 이유를 물어 보면, ‘산만한 아이들에게 집중력을 키워주거나 머리가 좋아진다고 해서’라는 답변이 대부분입니다. 틀린 말은 물론 아니지만 그것은 결과에 대한 단편적인 내용에 지나지 않고 바둑을 배우는 과정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입니다. 바둑 외에도 어린이들이 재미에 빠져 몰두하는 단계에까지 이르게 하는 게임들이 많이 있을 뿐만 아니라 장난감 조립과 같은 것은 엄청난 끈기를 요하기도 하는데, 바둑만이 가지고 있는 교육적인 측면에서의 효과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영국 캠브리지 대학 장하준 교수께서 최근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민주주의 4.0 (교육)에서 교육의 본질에 대해 ‘창의성’과 ‘문제해결 능력’을 강조하였고, 또 다른 외국교수께서는 우리처럼 주입식 위주의 교육에 익숙해서 소위 ‘공부 잘하는 아이’는 ‘복종을 잘하는 사람’ 또는 ‘제도에 순응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물론 주입식 위주로 교육을 받아 공부를 잘하여 자신의 앞가림을 잘하면 자기 자신에게는 유익하겠지만, 좀 더 높은 차원에서 인류에게의 헌신이나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면에서는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들이 많을 것입니다.
먼저 바둑은 어린이들에게 공부하는 방법을 배우게 합니다. ‘문제해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참고 할 수 있는 자료들이 많이 있어야 하는데 현존하는 게임이나 놀이 중에서 바둑만큼 많은 자료를 갖고 있는 것은 없습니다. 초보에서부터 중급, 고급과정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서적들이 있어 본인이 원하기만 한다면 언제라도 자신의 부족한 부분들을 연구하여 더 나은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합니다. ‘기력 향상’이란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정 그 자체를 통하여 공부하는 방법을 배우는 셈입니다. 따라서 자녀들에게 바둑을 가르치는 것은 사실 공부하는 방법을 학습하게 하는 숨은 뜻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요즘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안철수 교수께서 바둑을 두기 전에 50여권의 바둑서적을 읽었다면서 그 분의 준비성에 대한 얘기가 회자되고 있지만 필자는 안 교수께서 역시 공부하는 방법을 잘 알고 계시는 것으로 이해하였습니다. 의대 학생일 때 바둑을 배워 현재 아마 1~2단의 기력을 가진 그의 정치적인 모호한 입장에 대해 여러 가지 얘기들이 오가는데, ‘장고(長考) 뒤에 악수(惡手)나온다’는 바둑격언이 떠올라 염려가 됩니다.
둘째로 바둑은 어린이들의 재능을 조기에 발견하도록 하는데 유용합니다. 과학을 ‘합리성’, 인문학을 ‘상상력’, 예술을 ‘창의성’이라고 크게 분류한다면 바둑은 이 세 가지 모두를 종합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린 자녀의 재능을 파악하지 못 하였다면 바둑을 먼저 가르쳐 보시기를 권합니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말귀를 알아들으면 충분히 배울 나이가 되었고, 5학년 이상이 되면 교사가 가르치는 것은 잘 따라하지만 본인만의 생각대로 두려고 하는 창의력은 떨어짐을 감안하시기 바랍니다.